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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14일 화요일

소심한 C차장.

C차장은 술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술자리는 좋아한다. 어제는 월요일이었음에도 본사에서 C차장이 근무하는 서초동에 업무차 들르셨던 A이사와 B부장의 방문이 반가웠던건 왠지 술 한잔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팀원들과 식사도중 A이사에게 문자를 받고, 잠시 후 통화되었을 때 뭐 일도 안하는 놈이 밥만 쳐 먹는다는 욕을 듣기는 했어도, A이사가 속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표현이 항상 그렇다는 생각에 별로 맘에 담아 두지는 않았다.


A이사는 건물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C차장이 전화를 받고 달려 나가니 무슨 저녁을 그리 일찍 먹느냐며 다시 한번 핀잔을 주고는 너는 오지 말고 C차장의 팀원 중 모 대리를 부르라고 한다. C차장은 역시나 웃어 넘기며 모 대리는 업무 때문에 야근해야 하니 자신이 참석하겠다고 하며 A이사의 농으로 생각하곤 별로 맘에 담아 두지는 않았다.


C차장은 술 마시는 내내 자신의 잔에만 남아 있는 술의 양을 가지고 애매하게 마신다고 타박을 받고 있고, 술 마시며 화제거리가 전환될 때 마다 자신도 뭔가 한마디 하면 타박 받는 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기 시작했다. 즐겁자고 마시는 술자리가 내내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그동안 술자리 마다 A이사가 자신을 유독 “갈구”고 있음을 그제서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C8


C차장은 순간 자기 스스로가 부끄러워져서 확 술자리를 엎어버리고 싶은걸 간신히 참았다. 아니 최소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리고 싶은 것도 꾹꾹 억누를 수 밖에 없었다. A이사가 자신의 상사라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이 뭣 같은 회사에 자신의 가솔들이 딸려 있다는 생각에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술자리는 생각보다 일찍 파했고, C차장은 속으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다들 헤어지고 혼자 지하철에 몸을 실은 C차장은 근처의 친구에게 연락해 소주 한잔을 더 했다. 물론 방금 있었던 일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쪽팔린 일이었으니까.


월요일부터 웬 술을 그리 마시고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냐는 잔소리에도 C차장은 그냥 웃을 뿐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쪽팔린 일이었으니까.

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지난 주 어느 날의 회의록.

지난 주 회의 도중 회의를 기록하는 내 노트북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었다.

정말 슬프다,
내가 평생을 바쳐 온 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겨우 이정도 수준이구나.
우리나라가 예전부터 기술에 대한 천대가 주욱 있어 왔던 폐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난 뭘 보고 여기에 발을 내딛고 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서서히 데워져 가는 비이커 속의 개구리처럼 죽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지금 살려면 남아 있는 힘을 다 뽑아내서 힘껏 뛰어 올라야만 한다. <=== 내가 오늘 이 회의에 들어온 것은 신의 계시이고 선물이다.

야이 개같은 x아, 니들이 개발을 알아?

2011년 2월 27일 일요일

달라진 일상중의 하나

요사이 업무에 치어서 살다 보니 내가 너무 날카로워져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이리저리 부딪치다 보니 (오전엔 팀원과 트러블이 있었고, 오후엔 그 때문에 부장님한테 핀잔을 들었다. 뭐 또다시 함축과 은유를 늘어 놓자는 건 아니고 더 생각하고 싶지않아서 이정도만 적어둔다) 한편으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뚱과장과의 일만해도 과정과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그간 속에 있던 것들 터뜨리고 나니 개운하다는 느낌도 있고, 나한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걸 보면서 미안함 속에 야릇한 쾌감같은 것도 있다보니 더 그런것 같기도 하다.

메일함에 잔뜩 쌓여있는 민원이며 요구사항들도 이제는 그 압박감이 처음보다는 훨씬 덜 하다는 걸 느낀다. 물론 완전 해방된것도 아니고 민원도 하루하루 오히려 늘어가긴 하지만. ^^

잡설이 너무 길었고, 오늘 아침 런닝셔츠를 갈아입는데 곰순양이 배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많이 좋아졌네.
작년 여름만 해도 배에 힘 풀고 있으면 임신 7,8개월은 족히 되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뱃살이 많이 빠지기는 했다. 기분 좋기는 했지만 얼른 배에서 힘을빼며 아직 멀었어라고 하는데도, 그렇게 힘을 빼어도 작년보단 훨씬 줄었단다.
그럼 그래야지.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서 닌텐도를 켜곤 윈몸일으키기며 푸쉬업이며 얼마나 열심히 했다고.

요즘 좀 업무에 지쳐서 닌텐도와 함께하는 아침운동에 소홀했었는데, 다시 한번 힘을 내야겠다. 올 여름에 곰돌이들 데리고 테르메덴에 갈때쯤엔 좀 더 멋진 몸매가 되어 있으면 좋자나.

더불어서 새벽에 조금만 일찍일어나서 공부시작해야지. 차라리 힘든 프로젝트 떠 맡은게 다행일지도 몰라. 힘든 와중에 공부하면서 스스로에게 진정한 도전을 할 수 있지않겠어?

2011년 2월 1일 화요일

설 연휴 전날

22시 25분.
설 연휴 바로 전날 이 시간까지 그냥 대기하고 있다.
쇼핑몰에 반영할 상품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열심히 입력하고 있을 것이고, 나는 대기하고 있고, 다른 누군가는 지시를 하고 떠나버렸다.

세상이 이런 줄 미리 알았더라면 난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이 이런 줄 알고 있었을까?

내가 가지고 있던 자부심 따윈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속안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던, 데이터 모델링이 어떻든.. 그 따위... 아무도 관심없다.
이렇든 저렇든 돌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오늘 매출 올리는데 지장만 없으면 되니까.

백화점과 똑같겠지. 백화점 사장에겐 모두들 고개 숙이겠지만, 고객들의 발길 닿는 곳마다 청소하는 청소부나 매장의 진열을, 고객의 동선을 고민하여 진지하게 꾸미는 자나 모두들 그냥 일꾼일뿐이니까.

15년을 이러고 살고도 이런줄 몰랐던걸까?

22시 37분.
난 아직도 대기하고 있다

2010년 12월 9일 목요일

2천만원짜리 교육,.

제목이 너무 낚시질 느낌인가?
그래 봐야 내 블로그가 낚시질 할 만큼도 아니고 나 아니면 드나드는 사람도 없으니 생각나는데로 작명!
오늘 A차장이 무슨 뇌 수련인가 하는 곳에서 6개월 과정 교육을 받는다고 등록을 했다는데 등록비가 무려 2천이나 된다고 한다. 그 금액에 깜짝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사이비 교회나 피라미드 같은 곳에 빠진 사람들이 전 재산 갖다 바치고 거덜이 나서야 정신 차렸다는 얘기들이 생각나서, 그런건 아닌가 하고 물으니 결단코 그런건 아니라고 한다.
이미 주변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추천도 있었던 듯 싶고, 또 그걸 등록해서 듣고 있는 사람들도 꽤 되는 듯 하다.
집에 부양해야 할 가족(곰순양과 곰돌이들)이 있다는 걸 감안해도, 아니 내가 결혼하기 전이었어도 난 나를 위해 저 정도의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을까?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난 나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투자를 하고 있는지..
음.. 생각해 보니 한심한 수준이네.
운동이라고 해봐야 아침마다 위피트 2,30분이 전부이고, 정신 수양한답시고 한해 100권읽기라는 계획만 거창할 뿐 올해에도 20여권 남짓인데다가 지금 독서 속도로 봐도 내년에 갑자기 달성할 지 의문이고.

흠,

나 자신을 위해 뭘 어떻게 할 지 올해가 가기 전에 심각하게 고민 좀 해봐야겠다. 물론 고민이 고민으로만 끝나서는 절대로 안되겠지만.

회사 송년회

어제는 회사 송년회가 있었다. 전사 송년회는 아니고(애시당초 그런 건 없는 회사다) 우리 본부 송년회에 사장님을 모시고 한 것이었는데, 작년도 그렇고 참 기분 더럽게 끝난 송년회였다.
우리 회사가 재계 몇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중견 규모는 되고, 내가 처음 입사했던 10여년 전 부터도 회사가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커피 같은 것만 해도 여직원이 부장님 커피 타드리는 문화(?) 따윈 없었고, 부장님이 막내(당시엔 나와 내 동기)를 주로 시키셨었다. 가끔 여직원들에게 시키실 땐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때였다. 외부 손님이 오셨다거나 우리 막내급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등등(실은 주로 내가 타는 커피는 맛이 없었기 때문이라능).
그런데 얼마전에 부임하신 이 사장님은 오실 때부터의 화려한 소문(회사내 임원, 부장님들이 전전 긍긍하며 사실이 아니길 바랬던 소문)이 무색할 정도로 1년 내내 사장님한테 보고만 드리러 갔다 오면 부장님들 표정 안 좋으시고 회사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았었는데, 작년 송년회에 이어 역시나 올해에도 또 그런 모습을 보고 말았다.
시작은 이랬다. 다들 회식자리에 앉아 사장님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척 들어 오시더니 몇몇 여직원(A차장과 신입 여직원)을 일부러 불러서는 가까이에 앉게 하신다. 그러고는 회식 내내 평소엔 사장님 뵐 기회가 없던 과,차장급 들이나 대리들이 사장님께 술 한잔 청 할 때에는 본체 만체 하시고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시더니 여직원이 인사드리러 가면 10분이고 20분이고 앉혀 놓고 말씀이 많아 지신다. 그 여직원들 조차도 다른 부장님들이 눈치를 주고 자꾸 재촉해서 어쩔 수 없이 사장님한테 한번씩 술 따라 드리러 갔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구석에 앉은 몇몇이 내 옆에서 불만을 토로한다. 너무 티날 정도로 저러시는거 아니에요?
송년회라는게 뭔가? 예전엔 망년회라고도 했었지만 한해동안 있었던 좋지 않았던 일은 잊어버리고 서로 힘들었던 일 무사히 넘긴 것 감사하거나 잘한 일 칭찬도 해주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그런 대화 같은 건 끼어들 여지도 없고, 사장님 비위 맞추기 위해 여직원들을 그 주위에 포진시키는 부장님들이나 애초에 그런 걸 바라시는 사장님이나 참 우리회사지만 역겨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나중에 들으니 사장님이 여직원들 중에서도 혼자 사는 여직원이 누구인지 물어서는 그 둘만 따로 홍대앞의 와인바에 가자고 하셨단다. 이건 정말 너무 심한거 아닌가? 결국 그들 둘이 업무가 끝나지 않아 사무실로 다시 들어간다는 핑계로 간신히 모면하긴 했다는데, 그럼 내년 1월달에 다시 모이자고 하셨다니 정말 어이 상실이다. 결국 다들 2차를 어디로 가는지 관심을 끈채(다른 직원들이랑 가는 2차에는 사장님은 참석 안하셨다고 한다) 나와 몇몇은 발길을 사무실로 돌리며 참 더러운 기분으로 올해의 회사 송년회를 마감했다.
이런 것 조차 다 털어버릴 진짜 송년회를 조만간 함 따로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