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2일 화요일

길었던 일요일

어제는 오랜만에 혼자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다. 얼마전에 '언노운'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렇게 짧은 간격으로 극장을 또 다시 찾은건 아마 15,6년전 연애할 때 즈음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다.

'언노운'을 잠깐 언급하자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에서 한치의 벗어남도 없는 영화였고, 영화보는 내내 주인공의 코 모양새가 눈에 거슬렸던 영화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평소에 연예인이건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건 그 외모의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주목하지 못하고 전체적인 느낌만을 주로 가지고 있었는데 왠일이지?

'블랙스완'도 기대가 좀 크긴했지만 실망이 클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발레를 소재로 한 영화라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라는 생각은 있었는데 완전히 빗나갔고, 몇몇 장면들이 내가 보기에는 불편할 정도로 잔인(아니면 끔찍?)한 장면도 더러 있었다. 손을 씻다가 손톱과 피부가 연결된 부분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 그 벌어진 틈을 떼어내려다 피부가 벗겨져 버리는 장면 같은... 차라리 마지막에 유리조각에 찔리는 장면은 봐 줄만은 하더라.

대신 마지막 발레 장면은 잠시나마 행복한 순간이었다. 영화내내 단 한번도 제대로 들려주지 않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곡들 때문에 아쉬워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발레 장면에서 화려한 발레와 함께 가슴이 터질듯한 사운드로 피날레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클래식 곡들을 10년이 넘도록 잊고 살았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서글픔이 함께 느껴지곤 했었는데 잠시나마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간 덕에 (게다가 8:30분 시작인 조조영화라 사람도 많지 않았다) 영화 끝나고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다 끝까지 올라가도록 자리에 앉아서 여운을 즐길 수 있었다. 종종 즐길만해.

영화보고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낮잠까지 잤는데도 곰돌이들이 깨워서 시계를 보니 3시 30분쯤이다. 혼자 영화보고 올 수 있도록 해주고, 낮잠까지 재워줬으니 서비스 차원(^^)에서 곰돌이들을 데리고 근처 학교로 가서 아이들과 놀아 주었다. 공이라도 차면서 뛰어 놀고 싶다는 내 바람과는 달리 이녀석들은 주로 놀이터에서 그네와 시소에 매달리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햇볕 아래 뛰어 노는 모습을 보니 나도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나 서로가 의견이 다른 큰곰돌이 작은 곰돌이 덕분에 기분 좋았던 시작과는 달리 약간은 틀어진 기분으로 우리 셋다 귀가할 수 밖에 없었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깔깔거리는 녀석들 덕에 기분좋은 저녁을 맞이할 수 있었다.

나에게 늘 이런 기쁨을 안겨주는 세사람 모두 모두 정말 너무나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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